역사야 놀자 ~
얼마 전 한 아이돌 가수의 역사 무지가 논란을 일으켰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 역사를 잘 아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엄마 아빠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알아보자.
얼마 전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 모습이 방송 전파를 타면서 역사 상식 논란이 일었다. 인물 사진을 보고 답을 찾는 퀴즈에서 안중근 의사를 못 알아보고 ‘긴또깡’이라는 오답을 말한 것. 이 사건으로 인해 당사자들은 대중에게 뭇매를 맞았지만 한편에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입시 중심 교육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 또한 그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하얼빈에서 일본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사실도 대략이나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의 얼굴과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심도 있게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단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역사적 인물이나 장소를 무조건적으로 암기하는 역사교육 방식의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가치관을 형성하는 역사 교육
문학·역사·철학을 묶어서 인문학이라고 하는데 그중 ‘역사’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수천 년간 사람들이 살아온 과정을 돌아보며 인간을 이해하고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가령 제2차 세계대전을 공부하며 국가의 이익만을 생각하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함을 깨닫게 된다.
역사의 흥미로운 점은 기록한 사람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 교과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도 누군가가 기록한 것이며, 아무리 객관적으로 기록하려 해도 작성자의 시선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간혹 진짜라고 믿었던 사실이 거짓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같은 사건을 두고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예를들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가 조선을 식민 통치했던 일제강점기를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시각은 무척 다르다. 한국은 ‘조선 국민을 억압하고 수탈한 역사’라고, 일본은 ‘조선을 발전시키기 위해 도와줬다’고 주장하는 것. 이를 두고 무조건 일본이 나쁘다고 비난하기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같은 역사를 서로 다른 입장과 관점으로 해석하는 두 나라를 통해 나는 어떤 관점을 취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역사 공부다. 이를 통해 아이의 사고력이 자라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생긴다.
교과서가 아니라 일상에서 배워라!
역사 연구가이자 <한국사 편지>의 저자 박은봉 씨는 “역사란 지식을 습득하는 공부가 아니라 가치관을 형성하는 과정이며 부모가 먼저 역사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실 학창시절 조선시대 왕들의 이름을 비롯해 갑오개혁·을미사변 등이 일어난 연도를 달달 외워야 했던 기억 때문에 역사 과목을 싫어하는 부모들이 꽤 많다. 그래서 아이에게 역사를 알려주려고 해도 어렵게만 느껴져 자꾸만 미루게 된다.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 역시 모두 역사다. 구석기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일어난 중요 사건의 연도를 외울 필요 없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역사이니 사실 언제 시작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달력에 ‘6·25 한국전쟁’이라고 쓰인 날짜를 가리키면서 무슨 날인지 말해주고, 광화문광장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며 임진왜란에 대한 이야기해주면 된다. 여행지에서도 충분히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 가령 아이와 가족여행을 갔다면 근처에 자리한 절에 들러보자. 신라시대에 지은 절이라면 족히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사찰을 장식한 화려한 문양, 세월이 흔적이 느껴지는 석탑, 아이 팔로 간신히 안을 수 있는 아름드리나무를 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갔다고 상상해보자. 신라시대에 불교가 처음 전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소원을 빌러 왔을 거라고 설명해주면 더 좋다. 아이에게 석탑의 이름이나 건축 기법 등을 알려주려 애쓰지 말고, 나무를 만지고 절 안에 들어가 보는 등 오감으로 역사를 느낄 수 있게 도와주자. 책을 볼 때는 경험하지 못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단기간에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니다. 역사책을 달달 외우면 되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공부하면 금세 내용을
잊어버리고 역사가 주는 진정한 교훈은 얻지 못한다.
STEP 1
▶유아 역사교육, 어떻게 시작할까?
유아기 역사교육은 흥미를 이끌어주는 게 중요하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단군신화> 같은 설화를 읽어주며 역사는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느끼게 하자. 역사신문을 만들거나 나만의 역사 그래프를 만드는 등 놀이로 역사를 접하게 할 것.
1.나만의 역사 그래프 만들기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그래프로 만들어보자. 스케치북에 가로로 선을 긋고 1부터 아이의 나이만큼 숫자를 일정한 가격으로 표시한다. 각 해마다 일어난 일을 하나씩 생각한 다음 점으로 표시한다. 이때 좋았던 일은 위에, 나빴던 일은 아래에 표시하고 더 행복했던 일일수록 위쪽에 점을 찍는다. 점 옆에 간단한 설명을 쓰고 점을 이어 하나의 선으로 만든다. 가령 3세 때는 점을 위에 찍고 ‘동생이 태어났다’, 5세 때는 ‘수족구병에 걸려서 아팠다’라고 적는 식. 가족의 역사 그래프나 유치원에서 일어난 일을 월별로 만들어도 재미있다. 조선시대 같은 먼 옛날만 역사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두 역사임을 알게 된다.
2.'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 부르기
유치원 6~7세 반이 되면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배우는데 단순한 리듬에 중독성 있는 가사로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 좋다.
1절부터 4절까지 부르는 동안 100명이 아니라 300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노래 가사는 눈감고도 외우지만 이 인물들이 왜 한국을 빛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 노래의 가사를 큰 글자로 인쇄해 아는 인물에 동그라미를 쳐보자.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더라도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을 모두 표시하는 것. ‘알에서 나온 혁거세’ 같은 가사를 보고 아이가 궁금해 한다면 “혁거세는 신라시대의 첫 번째 왕인데 알에서 태어났대.
혁거세(赫居世)는 밝게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란다”라고 간단하게 설명해주자. 일본 소설을 번역한 작품의 등장인물 ‘이수일과 심순애’, ‘이완용은 매국노’ 등 위인이 아닌 사람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다. 단, 가사에 나온 모든 인물을 다 알려주려고 하면 아이가 공부처럼 느껴져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3.역사 명장면 뽑기
<첫 역사 그림책 길트기>(웅진아이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애플비) 등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쉽게 풀어쓴 그림책과 전집이 많이 출간되어 있다. 책만 읽어도 유익하지만 수많은 이야기를 읽다 보면 헷갈리고 기억에 남는 사건은 별로 없다. 아이가 알고 있거나 읽은 책 내용 중에서 기억에 남는 사건을 5개 정도만 추려보자.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3·1운동’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월드컵 4강’ 등 근현대에 일어난 일까지 시기는 관계없다. 스케치북에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그림을 그리게 한 다음 1위부터 5위까지 순위를 매기자. 만약 아이가 ‘훈민정음 창제’를 1위로 꼽았다면 이유를 물어보고 엄마의 생각도 말해준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역사를 바라보는 가치관을 형성하고, 부모는 아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아는 계기가 된다.
4.역사 신문 만들기
아이가 흥미를 보이고 관심을 갖는 역사 주제가 있다면 역사 신문을 만들어보자. 도화지 맨 위에 주제와 신문 이름, 오늘 날짜를 적는다. 그다음 도화지를 반으로 접어서 2단으로 나누고 선을 그어 칸을 여러 개 만든다. 초등학교에서는 자료를 찾아 인쇄해 붙이고 자신의 생각을 적는 과제를 내기도 하지만 6~7세 아이들은 그렇게까지 만들기 힘드니 관련 사진을 붙이고 1~2줄 정도 설명을 적는 방식으로 간소화하자. 가령 주제가 ‘불국사’라면 다보탑, 삼층석탑 등 불국사에 있는 문화재 사진을 인쇄해 붙인다. 석굴암의 모습을 그리고 불국사가 있는 경주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는 등 빈칸을 채워 넣거나 불국사를 주제로 노래나 시를 짓는 것도 재미있다.
step2
▶현장학습
100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 책으로 접한 고인돌과 석탑 등을 실제 눈으로 보면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다. 고궁이나 유적지를 여행하듯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역사에 대한 흥미가 높아진다.
< 고궁 >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서려 있는 유적지로 주요 고궁이 모두 서울에 자리해 있다. 고궁 안을 돌아다니며 건축물을 살펴보고 조선 왕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자. 도슨트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면 건축물에 숨겨진 의미도 들을 수 있다. 최근에는 고궁 근처에 한복을 빌려주는 곳이 많아졌다. 알록달록한 한복에 꽃신까지 신고 고궁을 돌아다니면 조선시대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방문할 때 한복을 입으면 입장료가 무료이니 일석이조다. 고궁에 다녀온 후에는 사극 드라마를 보면서 건축물과 등장인물의 의복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다.
▶PLUS INFO
경복궁
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뒤 첫 번째로 세운 궁궐로 ‘큰 복을 누리라’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죽음을 당한 정도전이 그 이름을 지었다. 조선 초기에는 정치가 혼란스러워 궁궐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다가 세종 때부터 중심지 역할을 했다.
경희궁
광해군 때 창건된 궁궐로 원래 이름은 경덕궁인데 영조 때 경희궁으로 바뀌었다. 경복궁을 기준으로 동쪽에 자리한 창덕궁과 창경궁을 동궐이라 부르고, 서쪽의 경희궁은 서궐이라 부르기도 했다. 다른 궁에 비해 덜 알려져 아이와 함께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
창경궁
역대 가장 많은 왕이 살았던 창덕궁 바로 옆에 위치한 궁으로 많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곳은 문정전, 장희빈이 사약을 마신 곳은 통명전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개조돼 일본인들에게 공개된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 박물관 >
고궁이나 역사 유적지 인근에는 관련 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경복궁에는 국립고궁박물관, 경희궁에는 서울역사박물관, 덕수궁에는 대한제국기념관이 있다. 고궁을 둘러본 다음 박물관에 들러 왕이 입었던 옷, 왕실의 생활상 등을 살펴보자. 고궁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화폐·도자기·짜장면 박물관 등 관심 있는 주제의 박물관에 가면 된다. 방문 전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전시 정보를 살펴보고 가는 것도 좋다. 단, 전시 물품을 보면서 아이에게 너무 많은 설명을 하는 것은 금물. 아이의 연령보다 너무 수준이 높으면 지루해할 수 있으니 가급적 어린이박물관을 추천한다.
▶PLUS INFO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안에 위치한 어린이박물관으로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우리나라의 역사와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상설전시관에 전시된 유물과 동일한 형태와 크기로 복제한 전시품을 어린이들이 직접 만져보며 즐길 수 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세계 각국의 화폐와 금융 정보를 전시한 곳. 1912년 조선은행으로 사용된 건물을 복원하고 건물 내부를 르네상스 양식으로 꾸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돈과 경제에 대한 개념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전시해 유치원 단체 관람도 많은 편. 경제 게임, 스탬프 투어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박물관 한쪽에는 경제 관련 그림책과 학습도서를 비치한 도서관도 마련돼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다양한 생활상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어린이전시관을 별도로 운영한다. 자석으로 차례 상과 돌상 차리기, 터치스크린으로 김치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 답사 >
역사 답사라고 해서 어렵게 여기지 말고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자. 처음 떠나는 답사라면 강화도나 부여, 경주 등 수학여행으로도 많이 가고 유적지가 많은 곳을 추천한다. 장소를 정한 뒤에는 모든 유적지를 샅샅이 둘러보려 하지 말고 일정에 맞춰서 꼭 가고 싶은 곳만 추린다. 방문하기 전에 유적지에 대해 알아보고 가면 책에서 봤던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답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답사를 다녀온 뒤 그림이나 짧은 글로 기행문을 남기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PLUS INFO
강화도
선사시대와 청동기를 거쳐 조선,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의 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곳이다. 거대한 고인돌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참성단도 볼 수 있다. 강화도의 역사를 연도별로 전시한 강화역사관에도 들러보자.
수원 화성
수원시 중심에 위치한 화성은 현대식 건물과 옛 건물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 정조가 건설한 신도시로 정약용의 지휘로 공사를 진행하고 거중기를 사용해 돌을 쌓아 완공했다. 화성에는 총 4개의 문이 있는데 각 성문 위에는 물탱크를 설치해 전투 시 적이 불을 지를 때를 대비했다.
부여
백제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으로 왕궁지와 수많은 불교 유적, 부소산과 궁남지 등 문화 유적이 밀집돼 있다. 소박한 멋이 느껴지는 우리나라 최초 인공 연못 ‘궁남지’, 동아시아의 찬란한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정림사지’, 삼국시대 왕궁의 모습을 재현한 ‘백제문화단지’가 대표 유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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