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늦은 우리 아이, 그냥 둬도 될까?
아이가 또래보다 말이 빠르면 어깨가 으쓱해지는 게 엄마의 마음.
반면에 말이 늦으면 답답할 뿐 아니라 발달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학습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지 조바심이 난다. 도통 말이 늘지 않는다면 느긋하게 기다려야 할지, 적절한 치료가 필요할지 엄마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아이가 또래보다 키도 크고 전반적으로 발 달이 빠른 것 같아도 말이 늦어 고민 하는 엄마가 의외로 많다. 실제로 늦은 경우도 있지만 다른 아이 들과 비교해 조급증을 내는 것 일 수도 있다. 아이는 정상적으로 말을 배워가고 있는데 말하기, 즉 아웃 풋이 느리다고 초조해하는 것. 반대로 아이니까 당연히 말이 늦다고 생각하고 방 치하는 경우도 있다. 또래 친구와 비교해 아이 의 언어 능력 수준을 가늠해보고 말귀를 잘 알아 듣는지, 평소 아이와 나누는 대화 수준은 어느 정 도인지, 너무 조용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자극을 주는 건 아닌지 아이의 언어 환경을 면밀히 살펴보 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이 왜 늦을까?
말이 늦은 이유를 파악한다
아이가 어떤 단어나 말을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하기까지는 6개월 정도 걸린다. 예를 들어 ‘우유’라는 단어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6개월 간 꾸준히 마셔도 보고, 눈으로 보며, 귀로 들어보는 등 여러 자극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아이는 우유라는 단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몸짓, 표정, 입 모양 등으로 우유를 달라는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하는데, ‘부르기, 대답하 기, 거부하기, 부정하기, 질문하기’ 순으로 우유를 활용한 말을 하게 된다. 말은 다 알아드는데 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말문이 말귀보다 6개월가량 늦 게 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을 하기 위해서는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몸짓이나 표정 등으로 상황에 맞지 않는 의사표현을 한다면 왜 말이 늦는지 한 번쯤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 기질적인 이유
자폐증이나 다운증후군과 같이 기질적인 이유로 언어장 애가 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자폐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낮은 언어 능 력. 말하기가 늦을 뿐 아니라 발성이 독특하고 대화가 어렵다. 다운증후군 의 경우에도 24개월 이후에나 말을 시작하며 만 3~4세 수준에 평생 머물 게 된다. 두 돌 전에 오랫동안 병치레를 한 경우에도 성장 지연과 함께 언어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언어 발달에 필요한 신경, 근육, 인지 능력, 지능 발 달에 지장을 주기 때문. 또한 잦은 병치레도 언어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기질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과잉보호되어 아이가 말로 표현하기 전에 엄마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 손짓, 표정, 눈빛만으로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 보면 아이는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 언어 자극이 부족한 환경
아이는 말을 배울 수 있는 선천적인 능력을 갖 고 태어난다. 그러나 태어난 후 적절한 자극이 없으면 이 능력이 사라지는 것. 언어 발달에 필요한 말을 듣지 못하면 말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결손 가정 또는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 손에 자란 경우 등 극단적인 환경뿐 아니 라 말없이 독서만 하는 너무 조용한 가정, 반대로 지나치게 시끄러운 가정 에서 자란 아이도 말이 늦다. 하루 종 일 엄마와 함께 지내지만 과잉보호를 받고 있다거나 혼자 노는 시간이 많은 아이, 엄마와 하루 종일 집에서 보내는 아이, 온종일 TV를 보는 아이도 말이 느리다. 특히 TV는 쌍 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듣기 위주의 환경 을 만들어 TV나 비디오, 컴퓨터 등을 오래 하 는 아이들이 또래보다 말도 더디다.
● 유전적인 경우
적절한 언어 자극을 받아 말귀 를 거의 다 알아듣고 손짓과 표정 등으로 의사표 현은 하지만 말문을 열지 않는 아이도 있다. 간 혹 아빠나 엄마가 어렸을 때 늦게 말문이 트였다 는 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이 경우 언어 능력이 아닌 언어 표현력이 부족한 경우다. 이런 아이는 한 번 말문이 트이면 빠른 속 도로 말하기 능력이 는다.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큰 문제가 없고, 행 동이나 손짓, 표정으로 의사표현을 한다면 말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도록 한다.
6개월 이상 지체되면 전문기관을 찾는다
정상 범주에서 1년 이상 지체될 경우 말이 늦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이의 나이에 따라 더딘 언어 발달에 따른 심각성이 달라진다. 예컨대 6세 아이가 또래보다 1년 정도 말이 더딘 것은 그리 심각하지 않지만, 2세 아이가 1년 정 도 늦는다는 건 언어 발달의 절반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 따라서 언어 발달이 늦은 경우 다른 발달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반적인 발달이 정상이라면 말만 조금 더딜 뿐이겠지만 지 능이 낮거나 자폐증, 청각장애, 뇌손상, 발달장애 등의 문제로 말이 늦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가 말이 더딜 경우에는 언어 이외의 다른 발달 정도를 꼭 살펴봐야 한다. 돌이 되도록 다른 사람과 눈 맞춤을 하지 못할 때, 18개월 이 되도록 손가락으로 사물을 가리키거나 손을 잡아끄는 등 의사표현을 하 지 않을 때, 24개월이 되도록 엄마 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전혀 모방하지 않을 때, 30개월이 되도록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듯이 보일 때, 36개월이 지났지만 또래와 비교해 발음이 부정확하고 의사표현이 명료하지 않을 때,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볼 것.
조급증도 나쁘지만 방치도 문제다
아이가 말이 늦으면 느긋하게 기다리는 엄마도 있지만 반대로 조급증을 보 이기도 한다. 실제로 아이에 따라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정상 범주를 따라잡 기도 하지만 언어치료가 필요한 아이도 있다. 그런데 엄마의 무관심으로 치 료 시기를 놓친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아이가 만 3세 가 되도록 의사소통에 의도가 없고, 또래와 전혀 어울리지 못하며,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반드시 언어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엄마는 평소 아이가 말을 얼마나 알아듣고 이해하는지, 아이에게 적 절한 언어 자극을 주고 있는지 여러 방향으로 살펴볼 것. 조급함 또한 문제 다. 말하기를 큰 소리로 강요하거나 야단치며 억지로 시키면 자존심에 상처 를 받은 아이는 더욱 자신감을 잃게 된다. 언어치료를 받더라도 하루아침에 말문이 트이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자신감 있게 말하도록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자.
http://www.smlounge.co.kr/best/article/27089?smshare=url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