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편견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아이는 알아서 크는 거야’ ‘공부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어’ ‘남자는 절대 약해지면 안 돼’ 같은 말이나 생각을 자주 하는가? 편견이 강한 아빠의 무의식적인 행동이나 말은 아이에게 그대로 흡수되어 유연한 사고를 하는 데 방해가 된다. 아빠의 편견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편견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흑인은 똑똑하지 않다” “껌을 씹거나 치마를 줄여 입는 아이는 날라리다” “공부를 잘해야 나중에 성공한다” 등의 말은 과연 진실일까? 물론 부분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부분은 편견을 가치관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가치관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라면 편견은 왜곡되고 독단적이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편견이 강한 아빠가 자신이 보고 자란 것만을 그대로 믿고 그것이 세상의 이치인 양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랑발달심리클리닉 석세진 소장은 “아이는 논리적인 사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아빠의 말을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입니다. 그것이 반복되다보면 편견과 왜곡된 사고방식은 아이에게 내면화되죠. 왜곡된 틀 안에서 생각하다보면 세상의 다양한 일에 융통성 있게 대처하지 못해 사회성도 떨어집니다”라고 말한다.
경직된 생각이 사회성을 떨어뜨린다
편견은 사고의 오류 또는 왜곡을 말한다. 사실 사람이라면 모두 어느 정도의 편견은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 생각과 다른 상황을 봤을 때 ‘이런 경우에는 아닐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정도면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상황이 나타나더라도 그것을 자기 편견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한다면? 이는 편견에 의해 생각이 자유롭지 못한 경우로 사고가 경직되어 있는 것이다.
아빠가 “정치가들은 모두 사기꾼이야”라거나 “부자는 가난한 사람들 부려먹기만 하지” “요즘엔 가난한 집 애들은 성공 못해. 공부도 돈이 있어야 한다니까”라는 식으로 자주 말한다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경우 아이는 다양한 사고를 통해 자신이 판단하는 능력이 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저렇게 입고 다니는 애들은 가까이하면 안 돼’라거나 ‘쟤는 집이 부자라 공부를 잘하는 거야. 나 같으면 더 잘했을걸’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상황을 편견에 끼워 맞추거나 자신을 합리화한다. 또 “공부를 잘해야 사랑받고 성공한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조금만 성적이 떨어져도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의 낙오자야,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부자들은 모두 나쁘다’는 편견을 가진 아이는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 부를 축적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외모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라면 친구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반장 선거에서 떨어져도 ‘모두 내 얼굴 탓’이라고만 생각한다. 자신의 성격이나 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다른 원인을 고려하지 못하고 편향되게 바라보는 것이다.
석세진 소장은 “아이는 비판적인 사고가 되지 않기 때문에 편견이 심한 아빠 아래서 자란 경우에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자체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편견과 다른 현상을 봐도 ‘저건 다른 이유가 있어’라며 자기방어를 하거나 합리화하다보니 융통성 없고 사회성도 떨어지죠. 상황의 진짜 문제점을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에 문제 해결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아빠의 편견이 아이의 마음에 분노를 쌓는다
아빠의 편견은 아이의 사고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아이가 무의식중에 아빠의 편견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자유롭게 사고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분노가 함께 쌓여간다. 이로 인한 불안감을 느껴 모든 일에 위축이 되거나 반대로 반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애는 얌전해야지”라고 말하는 아빠 앞에서는 얌전하던 여자아이가 다른 사람 앞에서는 뛰어다니고 정신없이 행동한다면? 그 아이는 아빠의 편견으로 인해 억압받아 분노가 쌓인 것이다. 석세진 소장은 “아빠의 편견에 의한 아이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의 변화는 어릴 때는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춘기가 되면 아이는 아빠의 사고 틀 안에서 벗어나려고 반항하거나 탈선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빠의 편견 때문에 힘들어했던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그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다보니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어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어떨까? 아빠가 말은 굉장히 합리적으로 하면서도 행동에는 그와 달리 편견이 담겨 있다면? 이때 아이는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고 겉과 속이 다르다고 느끼며 아빠에 대한 신뢰감을 갖지 못한다.
혹시 나는 이런 편견을 가진 아빠?
“크면 다 괜찮아져”
많은 아빠들이 아이의 심리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아이가 우울해한다고 해도 ‘그 정도면 괜찮아. 크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느끼고, 정서적인 문제가 있을 때는 그것이 인생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의 심리를 유심히 살피고 문제가 있을 때는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거나 상담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알아서 자라는 거지”
아이들은 알아서 크는 거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방임하며 키우는 경우가 있다. 아이 스스로 무엇이든 해야 독립적이고 강하게 자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실패를 반복하다보면 좌절감을 가질 수 있고, 부모가 자신에게 신경 써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소외감을 느끼거나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 석세진 소장은 “독립적으로 키우는 것과 방임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아이 스스로 시도하게 해주되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죠. 그리고 실패할 때는 원인을 함께 이야기하고 다른 방향을 시도하도록 코칭해줘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아빠는 돈을 잘 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빠는 정작 아이와 노는 방법을 모르거나 정서를 나누는 것에 익숙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아빠 아래서 자란 아이는 절제나 경제관념이 떨어지기 쉽고, 다른 아이들과 정서적 교류가 힘들어 사회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아이에게 아빠는 돈만 벌어다주는 사람으로 여겨져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경제적인 활동은 물론 아이와 정서를 나누고 함께 노는 시간을 가지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부모라면 아이가 원하는 건 뭐든 해주는 게 좋아”
야단도 칠 줄 모르고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잘 사주는 아빠가 있다. 자신이 어릴 때 부족하게 자란 것에 대한 보상 심리로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고 아이와 노는 시간이 적어서 미안한 마음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려고 한다. 이런 경우에 아이는 아빠를 장난감을 사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언제든 이뤄진다고 생각하며 자란다. 석세진 소장은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좌절감을 경험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지던 아이가 사회에서 거절당하거나 실패하면 쉽게 무너지죠. 자기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가질 수 없으며, 부모가 해결해주는 문제도 있지만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아빠들이여, “나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라고 외치자
편견은 말 그대로 한쪽에 치우쳐서(편, 偏) 그쪽으로만 보는 것(견, 見)이다. 주로 자기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거나 생각이 짧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행동 양식이다.
편견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반드시 그렇다’고 진리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편견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많은 경우를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때가 많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결과가 틀릴 수 있다’는 사고의 유연함, 견해의 다양성이 고려된다면 편견은 줄어든다.
‘반드시’ ‘절대로’라는 말은 되도록 쓰지 않는다_ 편견이 강한 경우엔 보통 ‘이건 반드시 이렇게 돼’ ‘그렇게 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지’라는 등의 단정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석세진 소장은 “아빠는 아이에게 어떤 일을 알려줄 때 ‘아빠는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야’라고 알려줘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아들은 원래 아빠를 닮는 거야”라고 말한다면 아이는 아빠와 자신이 다르더라도 억지로 비슷하게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사고의 왜곡을 가진다. 그러므로 이때는 “아들이 아빠를 닮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모두 자기만의 개성을 가졌으니까 다를 수도 있어”라고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결과는 각각 다를 수 있음을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_ “우리 때는 그렇게 크지 않았어”라거나 “착한 아이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아 얘기하면 아이는 숨 막혀 한다. 여자아이가 조신하게 행동하지 않고 말을 툭툭 던지거나 남자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에 대해 ‘여자애는 얌전하고 말도 예쁘게 해야 하는데, 왜 저럴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빠의 편견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성향이 다르고 아빠가 자랄 때와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 각자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회를 준다_ 아빠들이 ‘이럴 때는 이래’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내가 살아보니 대부분 이렇더라’라고 말해 아이에게 시행착오를 줄여주려는 의도인 경우가 많다. 석세진 소장은 “아빠의 편견을 주입해 판단할 시간을 줄이는 것은 결코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자신이 생각도 해보고 고민도 해봐서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죠. 이때 아빠는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다른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너는 어떻게 결정하는 게 좋을까?’라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결론을 내리도록 도와주도록 합니다”라고 말한다.
다양한 상황과 사람과 상호작용해보는 것이 필요하다_ 아이에게 여러 환경,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게 해주는 것은 편견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고 여러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편견도 깰 수 있으며 사회성도 높이고 상황 대처력도 길러진다. 생각만으로 편견을 깨기보다는 몸소 겪으면서 느끼는 것이 편견을 없애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