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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복숭아맘 0 165 0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아토피 피부염은 피해 가기 힘든 ‘생활 질병’이 되었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라면 증상이 경미하든, 심하든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민한 경험이 다들 한번 쯤 있을 것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도대체 왜 생기는 걸까?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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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아토피 피부염인가요, 아닌가요?
아토피 피부염은 검사가 아니라 의사가 아이의 피부 병변을 보고 진단합니다. 현재로서는 2005년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에서 발표한 ‘한국인 아토피 피부염 진단 기준’을 활용하지만 사실 이 병의 진단 기준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전문의들끼리도 의견 차이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죠. 여러 진단 기준 중 공통된 점을 요약할 때 가장 중요한 특징은 ‘만성 재발성 경과를 보이는 가려운 습진’입니다.

해당 나이에 전형적인 부위에서 전형적인 습진 양상을 보이더라도 2~3일 안팎의 치료 이후 더 이상 재발하지 않는다면 아토피 피부염이라 이름 붙이기 어렵습니다. ‘만성 재발성’이 아니니까요. 또 전형적인 양상을 보이고 만성 재발성의 피부 병변을 보이고 있지만 가려워하지 않는다면 이때도 아토피 피부염보다는 다른 피부질환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거칠고 건조한 피부는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가려움증이 없다면 이 또한 ‘지금’ 아토피 피부염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생후 3~5주 된 신생아 얼굴에 흔히 나타나는 습진 역시 대개 4~6개월 무렵이면 저절로 좋아집니다. 결국 아토피 피부염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고 싶다면 ‘의심되는 여러 피부 상태’를 한 의사에게 꾸준히 반복해서 보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토피 피부염, 도대체 왜 생기나요?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단 ‘유전적으로 타고난 아이가 문제 환경에 노출될 때 생긴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문제가 없는데 그저 음식을 잘못 먹어서, 또는 질 나쁜 보습제를 써서 생기는 질병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이는 타고난 부분을 강조하고, 또 어떤 이는 환경이나 식품을 조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지만 아토피 피부염은 원인이 복잡한 만큼 무엇 하나만 주의한다고 예방되거나 치료되는 질환은 아닙니다.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후회 가득한 표정으로 질문하는 분이 많습니다. 임신 중 먹은 음식부터 시작해 아기 때 잠깐 데리고 갔던 워터파크, 할머니가 손톱만큼 떼어준 어른 반찬, 동네 마트에서 산 저가의 로션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범인’을 찾아내고 싶어 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이 무서워서 그토록 힘들게 ‘완모(완전모유수유)’를 했는데 어떻게 우리 아이가 아토피일 수 있느냐며 화를 내는 엄마도 보았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런저런 여러 수상한 사건’이 유전자에 있는 아토피 피부염의 스위치를 켤 수는 있지만, 오직 그것 때문에 운명에 없을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엄마의 고단한 노력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를 늦추고 정도를 덜하게 만들 순 있겠지만 완벽한 예방을 하기엔 아이가 만날 세상이 너무 복잡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관리하는 방법은?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므로 해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이것만 하면 완치된다’는 말을 피해 다니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해서 완치되었다면 애당초 아토피 피부염이 아니었을 겁니다. ‘만성 재발성 경과’가 특징이기 때문에 장기간 치료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신기루 같은 ‘완치’를 쫓아 헤매지 말고,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막아보겠다는 다짐이 엄마와 아이를 지치지 않게 도울 겁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아토피 피부염에 임하는 첫 번째 자세라면 지금부터는 보다 실질적인 하우 투를 제안해 보겠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첫 번째 원칙은 역시 올바른 목욕과 보습 관리입니다. 가려움이 심하지 않은 경증의 아토피라면 목욕과 보습만 잘해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목욕은 피부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감염과 건조함을 예방해 피부장벽의 손상을 막아줍니다. 단, 피부가 물기에 오래 노출되면 오히려 피부장벽이 손상되어 건조해지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샤워하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세정제를 고를 때는 유기농이나 친환경 여부를 따지기보다 중성 또는 약산성인지 살피는 게 더 중요합니다. 사람의 피부는 약산성(pH5 안팎)에 해당하기 때문에 비슷한 산도의 세정제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중성이나 약산성 비누가 적당한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씻고 나면 뽀드득 상쾌한 기분이 드는 비누’는 대부분 알칼리성입니다. 알칼리성 비누는 피부 밸런스를 깨트리고 피부장벽을 파괴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면 피부와 비슷한 산도인 중성이나 약산성 비누를 써야 합니다. 사용 후 미끄덩거리는 느낌이 남아 마치 덜 씻긴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 아이를 씻길 때에는 타월이나 손으로 피부를 문지르지 말고 거품을 충분히 내어 부드럽게 닦아주고 바로 헹구어냅니다. 물로만 씻기면 피부 노폐물을 제대로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그다음엔 보습제를 발라줘야 합니다. 아토피 피부염 아이들은 피부장벽의 구성 성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보습제를 자주, 충분히 사용해야 합니다. 목욕 후 물기가 다 마르기 전 재빨리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습진이 악화되어 피부가 짓무르거나 연고 등 외용제를 사용할 때는 담당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상태가 악화되었는데 평소 방법 그대로 씻고 관리하면 오히려 나빠질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받았을 때는 엄마가 임의로 중단하거나 약의 종류를 바꾸지 않아야 합니다. 스테로이드가 무섭다고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계속 긁어 짓물러진 피부에 보습제만 덧바르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짓무른 피부는 이미 피부장벽이 손상된 상태인데 여기에 보습제를 바르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가려움이 심할 때 치료의 핵심은 결국 스테로이드입니다. 피부 상태와 치료 반응에 따라, 그리고 부위에 따라 약의 강도나 사용 횟수 등은 조절해야 합니다. 증상이 완전히 호전된 뒤에도 길게는 수개월 동안 계속 약을 발라야 하는 일도 흔합니다. 보통 초기에는 약한 스테로이드 보다는 조금 센 스테로이드를 짧게 쓰는 편입니다. 비유하자면 큰 불부터 잡는 것이지요. 하지만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되었다 하더라도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게 아니기 때문에 약을 완전히 끊지 않고 주 1~2회 정도 바르는 유지 치료를 권하는 일이 많습니다. 외부에서 투입되던 스테로이드가 갑자기 끊길 경우 오히려 치료 전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 조절과 관리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몇몇 음식을 제한해 증상이 호전되는 아이도 분명 있습니다. 전체 환자 중 ⅓ 정도가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의 종류가 아이에 따라 다릅니다. 그리고 확실한 알레르기 유발 음식이 아니라면 골고루 적절하게 음식을 먹어야 피부도 건강하게 치유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임의로 음식을 제한하면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음식 제한은 반드시 전문의의 지시에 따르도록 합니다.

아토피 피부염, 결국 어떻게 되나요?
아이가 자랄수록 아토피 피부염은 완화됩니다. ‘완치’ 개념처럼 체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과민한 정도가 줄어들어 이것저것 특별히 주의하지 않아도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됩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아토피 피부염 환아들은 초기 수개월간 집중 치료를 받은 후부터는 1주일에 한두 차례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바르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만 약을 사용하는 정도로도 잘 조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아이를 돌보는 사람의 잘못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목욕과 보습 관리에 공을 들이고, 피부가 가렵거나 짓무른다면 그때그때마다 전문의에게 보여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으로 이번 아토피 피부염 편을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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