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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 논란 이후…"햄버거 금지령 풀릴 기미 없다"

대박이맘 0 210 0
한국맥도날드 고소 4건 접수...'햄버거포비아' 여전

 

"불안해서 안 먹여요."

 

6살 아들을 키우는 육아맘 A 씨는 최근 '햄버거병' 논란이 들끓자 패스트푸드점에 발길을 끊었다. 아이가 햄버거를 사달라고 조르면 피자나 스파게티와 같은 다른 음식을 사주며 아이를 달래기 바쁘다. A 씨는 "저도 아이도 햄버거를 엄청 좋아하는데, 이제는 불안해서 안 사 먹게 된다"며 "집에서 패티 등을 직접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 둘을 키우는 육아맘 B 씨도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일절 주지 않는다. B 씨는 "맥도날드 사건 이후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해도 절대로 먹이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안 먹일 예정"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맥도날드 햄버거의 덜 익은 패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HUS), 이른바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햄버거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피해 아동은 지난달 초 1명에서 한 달 새 5명으로 늘면서 한동안 부모들의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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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피해 아동은 지난달 초 1명에서 한 달 새 5명으로 늘면서 한동안 부모들의 불안감이 잠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피해 아동 5명 중 2명은 용혈성요독증후군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4) 양은 당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뒤 복통을 호소했고,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오는 등 상태가 심각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진단명은 용혈성요독증후군.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이 몸 안으로 들어가 생기는 질병으로 급성신부전 등을 야기한다. 특히 햄버거에 넣는 고기 패티나 다진 고기(분쇄육)가 원인이 돼 생기기 쉽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은 훨씬 이 병에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A 양은 한때 심장 정지 상태까지 갈 정도로 위독했고, 현재 신장이 90% 손상돼 배에 구멍을 뚫어 하루에도 10시간씩 복막투석을 받고 있다.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은 A 양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A 양의 부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지난달 5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후 추가 피해자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상대로 고소가 이어졌다.

 

일주일 후인 지난달 12일에는 만 2세 남아 B 군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뒤 복통을 호소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 설사를 했다며 아이의 부모가 맥도날드 본사를 고소했다. 다시 일주일 후인 지난달 19일에는 만 4세 남아가, 지난달 26일에는 만 5세 여아와 만 3세 남매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출혈성 장염이 나타났다며 부모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황다연 변호사는 "피해 아동 5명은 똑같이 출혈성 장염에 걸렸고, 그중 2명은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 부모들 "아이에게 햄버거 금지령 내려"

 

맥도날드 측은 A 양의 고소장이 제출된 후 "사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당일 해당 매장의 식품안전 체크리스트는 정상적으로 기록됐다. 아이가 취식한 제품과 같은 제품이 300여 개 판매됐으나 제품 이상이나 건강 이상 사례가 접수된 바 없다"고 즉각 해명했다.

 

특히 "패티는 기계로 익히기 때문에 덜 익은 패티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매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점원과 아르바이트생들이 "덜 익은 패티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증언하면서 논란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히 햄버거 주 소비층인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을 넘어 햄버거포비아(햄버거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한 엄마는 "사건 이후 햄버거는 안 찾게 되고, 아이에게는 더더욱 안 먹이고 싶다"며 "아이에게 다른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엄마는 "저도 아이도 햄버거를 좋아해서 먹고는 싶은데 안 먹이려고 한다"며 "남편도 집에서 햄버거 금지령을 내렸다"고 털어놨다.

 

햄버거를 먹더라도 집에서 만들어 먹거나 소고기 패티가 없는 햄버거를 주문하는 부모들도 있다. 한 엄마는 "집에서 햄버그스테이크를 만들어주거나 불안해서 모닝빵, 식빵을 사다가 햄버거를 만들어 먹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엄마도 "다른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새우버거나 치킨버거 위주로 사 먹고, 꼭 바싹 익혀달라고 주문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덜 익은 고기에 대한 불안감은 아이가 먹는 다른 먹을거리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있다. 두 돌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맘 이정미(가명) 씨는 "배달 이유식을 시켰는데 고기반찬이 덜 익어서 왔다. 요즘 햄버거병으로 난리인데 정말 짜증이 난다. 아이가 덜 익은 부분을 먹었을까 봐 너무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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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햄버거 패티에서만 용혈성요독증후군이 유발되는 것이 아닌만큼 조리할 때 고기를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중요" 

 

전문가들은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식품 조리, 위생 관리 등 식품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햄버거 패티에서만 용혈성요독증후군이 유발되는 것은 아니다. 세균과 독성이 있을 때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다른 음식으로 인해 발병할 수도 있다"며 "조리 시 위생 상태와 고기 등 음식을 충분히 잘 익혀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패스트푸드점은 대량으로 빠른 시간 내에 음식을 생산하다보니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면역력이 취약한 영유아가 주 타깃층인만큼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모 역시 아이의 몸 상태와 음식의 위험성에 주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위험성이 있는 음식을 되도록 주지 않는 것이 좋고, 햄버거 등 음식은 한 번 더 확인하고 충분히 익힌 상태의 것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재 검찰은 총 4건의 고소(피해 아동 5명)에 대해 고소인 조사와 관련 분야 자료수집,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햄버거와 용혈성요독증후군(HUS) 간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2부가 이 사건을 배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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